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13일 “절대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이 50년 가까이 지켜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바꿀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게 외교가의 중평이다. “쓸모없는 기구”라고 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나토와 미-대서양 동맹을 지지하겠다”고 발을 뺐다.
트럼프 당선인은 본질적으로 사업가여서 정치적 신념을 중시하거나 말을 뒤집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타입이 아니다. 동맹을 불안하게 했던 공약들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는 것은 어쩌면 반가운 변화다. 문제는 그가 언제 다시 태도를 달리할지 알 수 없는 ‘변칙 복서’라는 점이다. 또 대선 내내 “미국의 국가 부채가 21조 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한 ‘미국 국익 우선’ 기조는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와 세종연구소가 어제 공동 주최한 ‘미 신행정부 대외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앉아서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한국이 분단 상황에서 막대한 국방비를 쓰면서 주한미군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도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와의 협의를 위해 고위 실무대표단을 오늘 미국에 파견하지만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이 단장을 맡는 정도로 충분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