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대 사기-횡령혐의… 檢, 대포폰 5대-측근계좌 분석
‘해운대 엘시티’ 개발 사업과 관련해 비리 혐의로 체포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6)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5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횡령)로 이 회장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부산지법은 12일 이 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포기했다.
이 회장은 부도 직전인 A건축사무소의 경영권을 사들여 A사 명의로 엘시티 건설사업 관리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민 뒤 165억 원을 빼돌리고, 일하지 않은 직원들의 급여를 10여 년간 지급하는 등의 수법으로 2007년부터 최근까지 회삿돈 576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빼돌린 자금 규모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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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 회장의 로비 의혹도 파헤칠 계획이다. 먼저 이 회장을 체포할 당시 확보한 5대의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분석해 3개월간의 도피 과정에서 접촉한 정관계 인사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체포 직전까지 현 정권 유력인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는 도주 과정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도피자금 유입 흔적을 찾기 위해 이 회장의 측근 계좌도 광범위하게 분석 중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도피를 돕다 함께 공개 수배됐던 장민우 씨(41)의 행적이 묘연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조달, 시공사 유치 등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언론에서 제기한 최순실 씨(60·구속)와의 관련 여부 등도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최 씨와의 관계를 여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