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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탄핵 절차 밟으라

입력 | 2016-11-14 00:18:00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대규모 촛불집회의 밤에 무엇을 했을까. 청와대까지 쩡쩡 울려퍼진 “박근혜는 하야하라” 구호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구호가 나왔지만 민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당신은 더 이상 나의, 우리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삼류 정치에 일류 시민의식’을 보여준 질서 있는 시위였다. 그래서 더 무섭고, 표출된 민의는 더욱 무겁다.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대통령으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아직도 ‘대통령으로서 국정 정상화’ 노력을 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하야 후유증 감당할 수 있나

 분노했으되 질서 있는 민의의 외침은 하나, 대통령은 당장 하야하라는 것이다. 나라를 걱정하며 광장에 모인 시민은 나라를 걱정하는 그 마음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지금 당장 박 대통령이 퇴진하면 현행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우리 정치권이 그런 혼란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 박 대통령을 뽑을 때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못해 오늘날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 아닌가.

 지금은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던 4·19 때와 다르다. 박 대통령은 부정선거나 총칼로 정권을 탈취한 게 아니다. 정치적 자유가 억압되지도 않았다. 민중 궐기로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민심에 편승해, 아니 앞장서 하야를 외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정치의 역할은 민심의 에너지를 헌정질서에 맞게 풀어내는 것이다.

 탄핵은 헌법에 따른 퇴진 절차

 그렇다면 헌법적 정당성을 잃은 대통령을 퇴진시킬 방법은 없는가. 아니다. 우리 헌법에 분명한 규정이 있다. 헌법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 절차에 돌입하도록 명시했다. 박 대통령은 주권을 가진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최순실이란 일개 사인(私人)에게 건네 사유화하도록 했다. ‘대통령 권한의 양도’는 국민주권주의를 규정한 헌법 1조에 대한 심대한 위반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야당은 선거법 위반 같은 사유로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지금 야당은 당시 목도한 탄핵 역풍이 무서워 헌법의 기본정신을 위배한 대통령의 탄핵 발의를 주저하고 있다. 검찰의 최순실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범죄 연루 사실이 포함될 때도 국회가 탄핵 절차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된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에서도 탄핵 주장이 나온 만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밟으며 국민과 대통령, 여야 정치권은 어떻게 하는 것이 하루빨리 국정 붕괴 상황을 종식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하는 길인지, 차분하게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하야나 탄핵 같은 헌정사의 불행한 사태 전에 정치적 해법을 찾아 정국을 수습할 수 있으면 바람직할 것이다. 당초 야당이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이나 대통령의 2선 후퇴는 이론적으론 가능할지 모르나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과 충돌한다.

 정치적 해법도 모색해야

 그래도 그것이 불행한 사태 없이 난국을 수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면 헌법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박 대통령은 오늘이라도 야당 지도부를 찾아가 한꺼번에 내려놓겠다고 말하고, 야당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선언하고, 조기 대선을 실시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헌 논란을 부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국민 앞에 선서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지도, 대통령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지도 않았다. 헌법상 선서를 지키지 않은 대통령,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이라도 퇴진 절차는 헌법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요, 법치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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