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승회.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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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끝내 FA(프리에이전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야구선수로 생활한 30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2번이나 보상선수로 선택된 남자, 그러나 정작 FA 신청을 하지 못한 SK 우완투수 김승회(35) 얘기다.
김승회는 올해 생애 처음 FA 자격을 얻었지만, 고민 끝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는 FA 역사상 유일하게 2번이나 보상선수로 선택된 선수다. 2012년 말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고, 지난해 말에는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임훈(현 LG)의 전례가 있지만, 2011년 말 롯데와 SK가 서로 FA를 영입한 탓에 며칠 사이 팀을 옮겼다 돌아간 케이스였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FA를 간절히 바란 선수였다. 남들이 한 번도 겪어보기 힘든 FA 보상선수 지명을 2번이나 겪었다. 20인 보호선수 외 ‘21번째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잔치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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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스프링캠프 때 본 첫 딸이 눈에 밟혀 더욱 마음이 아팠다. 남들 몰래 눈물도 흘렸다. “올해 FA도 FA지만, 딸에게 창피하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던 그의 떨리는 목소리엔 깊은 울림이 느껴졌다.
김승회는 “그저 난 21번째 선수인가보다”라며 정작 FA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실을 자책했다. 그러나 이젠 실패를 곱씹고, 내년을 바라볼 때다. 그 역시 내년을 위해 다시 뛰겠다며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