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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정유라 브리더

입력 | 2016-11-10 03:00:00


 반려동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반려동물 아로마 세러피부터 장례지도사까지 관련 직종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반려견 브리더(Breeder)도 그중 하나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사육환경에서 혈통 있는 개를 길러서 번식 분양하는 직업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이름 정유연·20)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자신을 ‘브리더’라고 소개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반려견 동호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올 4월까지 ‘정유연’이란 인물이 올린 글이 발견됐다. ‘독일에 거주한다. (개) 11마리를 데리고 한국 가려고 계획 중이다. 한국은 아직 브리더란 직업이 인정받지 못해 조금 망설이고 있다.’ 정 씨를 사칭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모녀가 독일에 머물렀을 때 아기와 함께 개 고양이 10여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는 이웃들 증언과 겹친다.

 ▷‘정유연 댓글’이 주목받는 이유는 ‘청와대 출입’을 암시한 대목 때문이다. ‘대통령님 본인 개도 관리 못 하시는데 ㅋㅋ ㅜㅜ 진짜 한국 가서 그 좁은 데 그 작은 애들이 맥아리 한 개도 없이 오뉴월 팥빙수마냥 퍼져 있는 거 보고 진짜 집에 오면서 눈물이 훌쩍 나더라구요.’ 실감나는 묘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최 씨뿐 아니라 딸의 청와대 ‘프리패스’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 씨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밝혀진 뒤 정 씨와 관련된 기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이화여대의 학사관리 특혜 논란에서 시작된 파문이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란 정 씨의 페북 글로 증폭됐다. 결혼과 출산이 드러났고 검찰 칼끝이 정 씨를 향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조폭이 최 씨로부터 가출한 딸의 ‘남자’를 떼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믿기 힘든 폭로까지 불거졌다.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금쪽같은 내 딸’을 위해 기업 팔목을 비틀어 재단을 만들고자 했던 엄마의 빗나간 사랑은 자식한테 독이 됐다는 사실이다. 자식이 원하는 것은 뭐든 다 해주고픈 부모 욕심이 결코 자식을 위한 길은 아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