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음악을 접하는 경로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커다란 LP 음반을 턴테이블에 걸거나 ‘워크맨’에 카세트테이프를 넣었습니다. 아 참, 라디오를 들을 수도 있었죠. 오늘날에는 음반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일정한 사용료를 매달 내고 인터넷에서 제법 괜찮은 음질의 음원을 듣는 길이 열렸으니까요.
19세기 말에는 어땠을까요? 당시에 음반은 팔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유럽의 귀족과 부유한 시민들은 최신의 음악들을 집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 보급이 늘고 ‘악보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죠. 브람스는 두 사람이 함께 치는 피아노 곡집 ‘헝가리 춤곡’으로 돈을 벌었고, 친구 드보르자크에게도 ‘슬라브 춤곡’을 쓰도록 권합니다. 최신의 교향곡이나 협주곡도 피아노용으로 편곡돼 가정의 거실에서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올해도 채 두 달이 남지 않았군요.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마음을 복잡하게 하지만 정리할 일은 정리해야 할 때가 돌아왔습니다. 저도 마차를 쫓아가듯이 성급하지 않게, 조금은 길고 먼 안목으로 새로운 계획들을 세워 보겠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