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영수회담 성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만나려 했으나 문전박대당했다. 추 대표는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 비서실장을 만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어떻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후임 총리를 논의하느냐”며 새누리당 지도부 퇴진까지 요구했다. 지금껏 회담 전제조건을 걸지 않았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실장을 만나 대통령 탈당과 총리 지명 철회를 새로 내걸었다.
추 대표가 전제조건 충족 때까지 회담 관련 논의를 거부하겠다는 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는 생물’이라며 뒤늦게 조건을 붙인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로 돌아선 듯하다. 두 야당은 주말인 12일 3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기 전에는 정국을 수습할 의향이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최대한 시위 규모를 키워 국민의 분노로 정권 전복이 가능한지 아닌지 ‘간’을 보겠다는 건 아닌가.
두 야당은 회담 조건으로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강조하지만 어차피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선 야당이 거부하면 총리가 나올 수 없다. 김 후보자도 “여야 합의로 총리 후보를 내면 저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조건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회동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정국 수습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다. 회담 전제조건부터 끝없이 갖다 붙이는 두 야당에 과연 총리 후보를 합의할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