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얼마 전 ‘깔창 생리대’ 논란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리대 지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복지의 방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여성 청소년들이 돈 때문에 생리대를 사지 못해 휴지 뭉치나 신발 깔창을 속옷 안에 넣어 대용품으로 쓴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공론화된 것이다. 꼭 신발 깔창이나 휴지를 쓰지는 않더라도 여자라면 누구나 생리대 빈부격차를 알고 있다. 돈이 없으면 생리대를 자주 교환할 수 없어 위생 문제도 생긴다.
사생활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지자체들이다. 서울시는 7월부터 각 자치구의 신청을 받아 9월 9200명에게 생리대 5개월 분량을 발송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마음을 고려해 택배 포장에는 서울시나 업체 이름을 크게 넣지 않았다. 일반 택배처럼 포장하되 안에는 꼭 알아두어야 할 건강지식이나 성교육 자료도 넣었다. 남몰래 고민하거나 궁금해할 부분을 상담할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이다. 부모들 반응도 좋았다. 세 명의 딸을 둔 한 아버지는 “이런 부분까지는 신경을 못 썼는데 고맙다”며 감사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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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점은 예산만이 아니다. 복지부의 지원 방식은 지자체의 택배 발송과 달리 보건소를 방문해 받아야 한다. 집으로 오는 택배에 ‘지원물품’이라는 표시만 붙어 있어도 신경이 쓰일 게 뻔한데 직접 보건소에 와서 생리대를 받아 가라고 하는 건 그야말로 행정 편의주의다. 생리대는 쌀자루가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배려가 필요하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