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업주-경찰 골머리 부모 주민번호로 가입-학생증 위조 적발돼도 업주만 처벌 받자 PC방 거리낌없이 드나들어… 경찰, 잇단 신고에도 단속 한계
하지만 정 씨는 난데없이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자녀가 연령에 맞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어 귀가 조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 게임은 총을 쏘고 피를 튀기는 폭력성으로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분류된 게임이었다.
올해 5월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오버워치가 15세 이용가인데도 초등학생들이 몰래 PC방에서 즐기고 있어 업주들과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분증을 확인하면 쉽게 걸러낼 수 있는 ‘청소년 이용 불가’ 성인 게임물과 달리 이용자 얼굴만 보고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물 등급 분류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은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나뉜다. 이 등급 구분을 위반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현행법상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2학년생이 PC방에서 오버워치 게임을 하다 단속에서 적발되면 처벌 대상은 PC방 업주다. 15세 미만의 학생은 경찰이 계도 조치하고 부모님에게 연락해 귀가시킨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들은 부모 등의 주민등록번호로 몰래 가입해 주로 PC방에서 오버워치 게임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이모 군(12)은 “게임을 하려면 6명이 한 팀을 만들어야 하는데, 팀을 짜서 다 같이 하기에도 PC방이 좋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15세 이상과 미만 학생을 육안으로 구분할 수가 없다”며 처벌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등록증 검열로 성인 게임을 하는 것은 미리 막을 수 있어도 위조된 학생증으로 오버워치를 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PC방 업주 정모 씨(42)는 “단속에 걸린 후 초등학생을 아예 받지 않는다. 1000원을 받으려고 벌금 1000만 원의 부담을 지느니 ‘초등학생 출입 금지’를 붙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오버워치와 관련한 신고, 출동으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PC방에 온 성인들이 초등학생들이 시끄럽다며 악의적으로 신고하는 경우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 한 곳당 출동건수가 일주일에 10여 건에 달한다”며 “업주들이 영세업자인 것을 감안해 첫 번째 단속에서는 ‘관리가 어려운 것은 알지만 한 번 더 신고가 들어오면 곤란하다’고 주의를 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