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요건-투자최소금액 문턱 낮춰… 설정액 1년새 2배이상 늘어 ‘공모형 재간접펀드’ 도입 앞두고 운용사 몸집 키우기 물밑작업 분주
2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21일 기준으로 설정액 6조4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조9000억 원 수준에서 올해에만 몸집을 2배 이상으로 불렸다. 같은 기간 펀드 수도 36개에서 209개로 약 6배로 증가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도입되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헤지펀드 운용 요건이 자기자본 6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완화됐고, 투자 최소금액도 1억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결과 시장에 새로 뛰어든 헤지펀드 운용사가 크게 늘고 자산가들의 투자도 증가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올해 공모형 펀드를 비롯해 금융상품 대부분이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며 “새로운 투자법과 절대수익률을 강조한 헤지펀드들이 이 틈을 비집고 자리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운용사들도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공모 재간접펀드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공모 펀드 판매 자격을 갖추지 않은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자사 상품을 공모 펀드에 편입시키기 위해 벌써부터 물밑 움직임을 시작했다. 일부 운용사는 공모형 상품을 기획해 공모펀드 판매사에 역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인기 헤지펀드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이 인기 헤지펀드들은 자금 이탈 및 민원 증가 우려 등으로 재간접펀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헤지펀드가 생기면서 다른 회사의 전략을 베낀 ‘미투(Me too) 상품’이 많아지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새로운 투자 전략을 계속 개발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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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