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는 결국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불참한 가운데 끝났다. 우 수석은 19일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담은 불출석 사유서를 달랑 보내고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놀랄 일도 아니다. ‘대박 검사장’ 진경준 사건 이후 반년여 동안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져 나왔음에도 요지부동의 권력을 거머쥔,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성역(聖域)이란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오죽하면 “그 낯을 한번 보자”고 했을 정도다. 박 위원장뿐 아니다. 국민도 우 수석의 얼굴을 보고, 그의 해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박 대통령은 작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사표를 냈을 때 “그래도 국회에 나가서 이야기를 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유독 우 수석만은 자신과 동일시하며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듯하니 답답하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우병우 방탄 정당’의 모습 말고 보여준 게 없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 참모일 뿐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라며 ‘우병우 출석’의 당위성을 주워섬기더니 직권인 동행명령장 발부는 슬그머니 넘어갔다. 검찰에 고발하겠다고는 하나 검찰은 우 수석의 영향력 아래 있다. 이정현 대표는 민생 탐방을 한다며 혼자서 지방을 돌고 있으니 도무지 집권 여당 수장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