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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정은영]시골 작은 책방의 힘

입력 | 2016-10-15 03:00:00


 2년 전 어느 가을날, 골목 입구의 오래된 폐가를 고쳐 아주 작은 책방을 열었다. 처음 책방 문을 열고 6개월 동안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의 책방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어떤 날은 한 권도 못 판 적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열 권, 스무 권을 팔기도 했다. 지인들의 우려처럼 시골 작은 마을의 책방을 찾는 이는 드물었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우리 책방은 제법 자리를 잡았고 야외 책장을 포함해 여덟 평 정도의 아늑한 공간으로 늘어났다.

 처음 우리가 이 작은 마을에서 책방을 열게 된 것은 지역 이웃들과의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통영에 아무 연고가 없던 우리에게 책방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고, 지역의 삶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였다. 책방 덕분에 우리는 많은 이웃과 스스럼없이 삶을 나누었다. 우리 뒷집 할머님의 소원은 책방 가까이 사는 것이었는데 그 소원이 기적처럼 이루어졌다며, 반찬값을 아껴 한 달에도 수십 권의 책을 사러 책방에 오신다. 책방 건너편 할아버지는 우리가 새 책을 출간할 때면 제일 먼저 찾아와 책을 사고, 동네 꼬마들도 틈틈이 다녀간다. 그렇게 책방은 동네 참새방앗간이 되었고, 우리는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처음 우리가 서울을 떠나 지역 이주를 결심했을 때 가장 걱정한 부분은 문화적 박탈감이었다. 백화점이 없고, 교통이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문화생활은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책방을 열면서 우리는 진짜 문화를 향유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읽은 책을 함께 나누며 북콘서트를 열고, 책방을 중심으로 작은 카페들이 생기면서 이 작은 마을은 점점 더 풍성해지고 있다. 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진 책방이 잘될까 걱정이 많았지만 우리는 책방 하나로 인해 오래된 골목이 얼마나 생기 있게 변해 가는지를 목도했고, 작은 책방의 힘이 결코 작지 않음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우리 같은 책방들이 생겨나 문화 발신지로서 제 몫을 해낸다면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 생기를 되찾고, 문화 자체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만약 서울을 떠나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한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도시를 정했다면 책방과 가까운 동네에 집을 구하라고, 마땅한 책방이 없다면 용기를 내서 직접 차리라고. 지역 문화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행복하게 지역의 삶에 스며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하는 바이다. 경험자의 말이니 부디 믿어 주시길.
 
―정은영

 

※필자(43)는 서울에서 광고회사, 잡지사를 거쳐 콘텐츠 기획사를 운영하다 경남 통영으로 이주해 출판사 ‘남해의봄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