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9월 평균기온 1도 상승 때마다, 단풍 시기 최대 2일까지 늦어져 올여름 이상 폭염 단풍에 영향… 설악산 19일, 북한산 30일 절정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이 서울 홍릉숲을 거닐며 단풍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은 단풍나무 수종마다 단풍이 드는 시기가 달라지는 점에 착안해 단풍시기를 예측한다. 최지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wchoi@donga.com
단풍의 정확한 시기를 아는 것은 봄철 벚꽃의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보다 어렵다. 개화에 대한 연구는 1920년대부터 계속됐지만 단풍은 1979년 시작했다.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은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데, 관측 기간 자체가 60년가량 차이가 나다 보니 정확한 결과를 얻기도 힘들다.
하지만 궁한 대로 방법은 있는 법. 최근엔 기관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단풍 시기를 추정해 예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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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상예보 전문기업인 웨더아이나 케이웨더는 단풍에 영향을 미치는 온도, 강수량 등 외부 환경조건을 공식에 대입해 시기를 예측한다. 기상청에서 개발한 예측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9월 초부터 단풍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 기후가 계속되면 예측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단풍 시기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네테 멘첼 독일 뮌헨공대 교수팀은 1951년부터 50년간 나무 20종의 단풍 시기를 분석했는데 8, 9월 평균온도가 1도 높아질 때마다 단풍 시기는 최대 2일까지 늦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단풍은 낙엽수종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에 있는 질소, 칼륨 등의 양분은 줄기로 내려가고, 노화된 나뭇잎이 가지에서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연결 부위에 ‘이층(離層)’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세포층이 생긴다. 이층이 생기면 잎은 물을 공급받지 못하지만 광합성은 계속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엽록소가 파괴된다. 이때 엽록소보다 분해 속도가 느린 여러 종류의 색소가 표면으로 드러나며 나뭇잎은 형형색색으로 물든다.
가을 단풍의 선명함은 온도, 햇빛, 수분의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야 하나 영하로 내려가면 안 되며 청명하고 맑은 날이 이어져야 한다.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타 버리고, 갑자기 춥거나 비가 오는 날이 많으면 잎이 충분히 물들기 전에 낙엽이 져 버린다”면서 “아름다운 단풍은 알맞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야만 볼 수 있는 그해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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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