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태화시장 상인을 더 격분하게 한 게 또 있다. 하천 제방 붕괴 등 공공시설물이나 농경지 피해가 컸던 울산 북구와 울주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상가와 주택 차량 침수 등 사유재산 피해가 많은 중구는 제외된 것이다. 이들은 “태풍 직후부터 국무총리와 장관, 여야 정치인들이 뻔질나게 시장을 돌아다니며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포’ 약속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분노는 11일 폭발했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이날 오전 태화시장을 찾는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중구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피해 상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 등을 건의하기 위해 브리핑을 준비했다. 하지만 송 차관은 “봉사활동 하러 왔다. 브리핑은 울산시청에서 이미 받았다”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박 구청장은 “봉사활동은 우리가 한다. 차관께서는 현장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상인들은 송 차관에게 “제발 살려 달라. 앞길이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30분 만에 자리를 뜬 송 차관을 향해 “생색이나 내려는 높은 양반들은 꼴도 보기 싫다”며 삿대질하는 상인도 많았다.
태풍 ‘차바’는 70년 가까이 평범하게 살아온 김 씨를 ‘투사’로 만들었다. 본래의 김 씨로 돌아오게 하는 건 정부와 자치단체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