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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노트7 추가 손실 2조6000억”… 3분기 실적 정정

입력 | 2016-10-13 03:00:00

[갤노트7 단종 이후]삼성, 책임경영으로 신뢰회복 나서




 일주일 전 증권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잠정 실적 기준)을 발표했던 삼성전자가 12일 실적 정정 공시를 냈다. 3분기(7∼9월) 잠정 영업이익이 2조6000억 원 줄어든 5조2000억 원이라는 내용이다. ‘갤럭시 노트7’ 단종에 따른 추가 손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미 반영한 9000억∼1조 원의 손실까지 합치면 최소 3조5000억 원의 손실이 났음을 삼성전자가 인정한 셈이다. IT모바일(IM) 부문은 간신히 적자를 면할 것으로 보인다.


 


▼ 손실액 모두 3분기 실적에 반영… 4분기엔 ‘뼈깎는 새출발’ ▼


갤노트7의 빈자리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을 단종한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마련된 제품 전시관의 갤럭시 노트7 전시대가 비어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갤럭시 노트7 교환 서비스를 실시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삼성전자는 3분기(7∼9월)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47조 원과 5조2000억 원으로 정정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일주일 전에 발표했을 때보다 매출은 2조 원, 영업이익은 2조6000억 원이 각각 줄었다. 삼성전자 측은 “회계기준에 따라 ‘갤럭시 노트7’ 매출과 손익 변동 사항은 3분기 실적에 반영해야 한다”며 “단종에 따른 수거 및 폐기 비용 등 3분기 피해액 2조6000억 원을 추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발표한 잠정 실적에는 리콜에 따른 손실분 9000억∼1조 원가량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이번에 추가로 집계된 손실 2조6000억 원을 합치면 이번 단종 사태로 인한 전체 피해액은 최소 3조5000억 원이다.

 제품이 아예 단종됨에 따라 회수한 갤럭시 노트7을 리퍼폰(Refurbished phone·불량품이나 중고품을 신제품 수준으로 정비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판매하는 휴대전화)으로 판매해 손실을 줄이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 “단종 비용 털고 간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실적이 2014년 3분기(영업이익 4조600억 원) 이후 8개 분기 만에 최악이다. 지난해 2분기(4∼6월) 영업이익 6조 원대를 회복한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는 8조140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정정된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06%, 영업이익은 29.63% 각각 감소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매출은 7.73%, 영업이익은 36.12% 각각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갤럭시 노트7이 8월 첫 공개 이후 초기 대박 조짐을 보이자 4분기(10∼12월)에는 삼성전자가 다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종 비용을 3분기에 모조리 반영했기 때문에 4분기에 추가로 더해질 손실은 없다”며 “다만 4분기에 프리미엄 신제품이 없어 생기는 기회비용 손실은 추가로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이 이어져 전자업계에선 최고 성수기로 꼽힌다. 애플이 ‘아이폰7’을, 구글이 ‘픽셀’ 등 최신 스마트폰을 각각 내놓은 가운데 주력 제품 없이 삼성전자가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콜로 인한 손실도 비용이지만 향후 스마트폰 판매에 미칠 영향과 중장기 브랜드 가치 훼손 등을 감안하면 현 단계에선 추가 손실액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 분위기는 침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은 회의가 끝난 후 취재진이 갤럭시 노트7 단종 결정에 대한 심경을 묻자 “비통하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된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대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조남성 삼성SDI 사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 당분간 ‘갤럭시S7’에 주력

 일각에선 홍채 인식 등 갤럭시 노트7의 주요 기능을 갤럭시S7에 적용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스마트폰 공정의 특성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기능을 적용한 버전을 내놓으려면 기판과 설계부터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만 2개월 넘게 걸려 내년 초에 나올 ‘갤럭시S8’와 판매 시기가 겹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갤럭시S7’ 시리즈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는 갤럭시S7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13일 국내 환불 및 교환 시작에 맞춰 갤럭시S7의 출고가를 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갤럭시S7이 시장에 나온 지 6개월이 넘어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져 있는 만큼 최소한 그에 맞춘 출고가 인하가 예상된다. 아울러 갤럭시 노트7 가입자들에게 웨어러블 ‘기어핏2’ 등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했듯이 이번에 갤럭시S 시리즈로 변경하는 고객들에게도 사은품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차분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갤럭시S8는 원래 일정대로 차분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설계와 발주, 검수 등 전 과정에 대한 감사 작업에 착수하는 등 재발 방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동일 dong@donga.com·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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