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업용 차주 97% 차지 비조합원 “파업? 맥 잘못 짚었다”싸늘

입력 | 2016-10-11 03:00:00

화물연대 파업 첫날 대란 없어




 

파업 불참 트럭에 낙서 7일 전북 전주시 화물연대 조합원 정모 씨가 파업 불참자의 차량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쓴 ‘나는 배신자’라는 내용의 글씨. 전주덕진경찰서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파업) 첫날인 10일 일부 물류 거점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졌지만 우려했던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충돌도 많지 않았다. 파업 열기 자체가 예상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파업이 길어지면 일부 업계의 물류에 차질이 예상된다.


○ 화물연대 “정부 발전 방안은 개악”

 

파업 불참 트럭에 낙서 7일 전북 전주시 화물연대 조합원 정모 씨가 파업 불참자의 차량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쓴 ‘나는 배신자’라는 내용의 글씨. 전주덕진경찰서 제공

이날 오전 11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 화물연대 서울·경기, 인천, 충북, 충남, 강원 등 5개 지부 조합원과 철도노조, 건설노조, 서울대병원노조, 민노총 지도부 등 9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과 구조개혁안을 비판한 뒤 “생존권이 확보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출정식에서는 농민 백남기 씨 사태, 성과연봉제 폐지 등 본래 목적과는 다른 내용의 정치구호가 잇따랐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전에 (백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 다녀왔다”며 투쟁을 독려했고,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권력이 파업 참가자를 연행하면 화물연대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출정식 뒤 의왕ICD 정문 근처에 텐트를 치고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부산 남구 북항 감만부두와 강서구 신항에서도 출정식이 열렸다. 1700여 명이 모인 감만부두에서는 일부 조합원이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조합원은 운행 중인 화물차로 몰려가 생수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화물연대 박원호 본부장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은 화물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모는 개악이다”라고 주장했다. 신항 1부두에서도 조합원 1300여 명이 도로 점거를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으나 충돌은 크지 않았다.

 남구 신선대부두에선 조합원들이 다른 화물차 운행을 가로막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물러났다. 당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물병을 집어던지고 차량 운행을 방해한 조합원 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 미지근한 파업 열기, 원인은 철도 파업?

 이날 화물연대 파업을 바라보는 비조합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비조합원 차량은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96.8%를 차지한다. 화물연대는 비조합원들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지만 비조합원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철도 파업 여파로 운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왕∼부산 간 운임이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의왕ICD 제1터미널에서 만난 비조합원 박모 씨(67)는 “화물차주들에게 중요한 것은 저가 구조 개선인데 화물연대가 맥을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비조합원들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운송 방해를 걱정하고 있다. 컨테이너 트럭 한 대의 가격은 약 2억 원. 차량이 손상되면 수리비뿐 아니라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다.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전액 보상해주기로 했지만 화물차주들은 “보상이 제때 되겠느냐”고 우려한다. 한편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미리 파업을 벌이다 업무에 복귀한 동료들의 대형 화물차 14대에 7일 스프레이로 욕설과 낙서를 한 혐의(재물손괴)로 화물연대 조합원 정모 씨(49)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정부 “명분 없는 파업에 엄중 대처”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가 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대국민 담화에서 “대형 화물차 위주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직접적 이해관계가 적은 사안에 대해 비현실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화물연대 파업의 목적이 실상은 ‘노동3권 보장’ 요구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은 화주와 계약을 맺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자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대부분의 판례도 화물차주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파업을 쟁의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집단 운송 거부’로 부르는 이유다.

의왕=서형석 skytree08@donga.com /부산=강성명 /유성열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