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파헤쳐 유물만 챙긴 무덤 국립중앙박물관서 재발굴 조사 중심축도 틀어져… 모자 무덤 추정
국립중앙박물관이 재발굴한 서봉총 남분의 호석. 그 바깥으로 제사용 항아리의 조각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서봉총 재발굴 조사 결과 남분은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며 지름도 약 25m로 북분(41m)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일제강점기인 1926년과 1929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서봉총을 발굴했으나, 봉토 조사 없이 매장주체부에 있는 유물만 수습하고 발굴보고서조차 내지 않았다. 박물관은 서봉총의 구체적인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올 4월부터 재발굴에 착수했다.
박물관은 유구의 양상을 볼 때 북분이 남분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북분의 호석과 봉분 일부를 훼손하면서까지 남분을 이어 붙인 사실이 주목된다. 연접한 무덤을 축조할 때에는 앞선 무덤의 호석을 건드리지 않고 이어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윤온식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드물지만 경주 쪽샘지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며 “서봉총 남분과 북분의 관계를 시사하는 정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봉총 북분의 경우 피장자가 대도(大刀)가 아닌 ‘굵은 고리 귀걸이(太環耳飾·태환이식)’를 착용했고 대형 요패(腰佩)를 오른쪽에 차고 있으며 화려한 금관이 출토됐다는 점에서 여성 왕족이 묻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발굴에서는 제사용 큰항아리 12점이 호석 외곽에서 출토됐다. 항아리들이 서로 같은 간격으로 무덤을 빙 두르고 있어 무덤 조성 당시 제사를 지낸 것으로 보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