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먼저 “의전 자제해달라”… 지방국감 기차역 영접행렬 사라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풍경도 달라졌다. 피감기관들이 국회의원들의 식사와 이동수단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던 관행들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4일 서울시 국감에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점심시간에 1인당 1만5000원 선의 식단을 주문했고, 서울시는 이에 맞는 식사를 구내식당에서 제공했다. 비용은 국회에서 처리했다. 국감 기간에 국회와 피감기관은 직무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식사 제공을 해선 안 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감 기간에 국회 귀빈식당과 의원식당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과거엔 국회 인근 일식집이나 중식당 등에서 식사를 해왔지만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저렴한 메뉴를 선택한 것이다. 국회 인근의 한 한정식집 관계자는 “국감 기간에는 예약이 꽉 차곤 했는데, 최근에는 손님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부처들의 국감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19대 국회까지는 점심식사를 마치면 각 부처가 장관실을 해당 상임위 의원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선 과잉 의전을 우려한 의원들이 청사 내 커피전문점에서 장차관과 티타임을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커피값은 물론 각자 계산했다. 한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19대 국회까지 의원들은 최대한 극진히 모셔야 할 귀빈이었다”며 “일반 직원들이 드나드는 커피숍에서 장차관과 의원들이 환담을 나누는 풍경에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