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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대필 자소설 꼼짝마” 면접때 자소서 다시 쓰게 한다

입력 | 2016-09-28 03:00:00

지원서 내용과 일치여부 확인
“온라인 복사 차단” 자필 요구도… 취준생 “시험 준비도 벅찬데” 속앓이




 서울 소재 사립대 경영학과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정모 씨(25)는 요즘 손목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시즌을 맞아 자필로 쓴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요구하는 회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 씨는 최근 KDB산업은행에 낼 1000자 분량의 자소서를 포함해 각각 다른 버전의 자소서 3편을 잉크가 번지지 않고 깔끔하게 써진다는 외제 펜으로 또박또박 직접 썼다. 수정펜을 사용하면 성의 없다는 인상을 줄까봐 한 글자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쓰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결국 손목보호대 신세까지 졌다.

 주요 회사들이 ‘자필’ 자소서를 요구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곤경에 빠졌다. ‘자소설’(소설을 써놓은 자기소개서)을 내거나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하는 취업준비생들을 걸러내기 위해 회사들이 내놓은 대안이다.

 산업은행, 오뚜기, 신도리코 등은 수기(手記) 자소서를 받고 있다. 지원 동기 등을 직접 펜으로 써 완성한 뒤 스캔을 떠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식이다. 자소서 한 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 항목을 잘게 나눠 답변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하나의 모범 자소서를 만들어 회사 이름만 바꾼 뒤 ‘복붙’으로 여러 곳에 지원하는 수법을 막기 위해서다. 예컨대 금융감독원은 비슷한 질문들로 10여 개 항목을 만들어 200자씩 작성하도록 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면접에서 갑자기 자필 자소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온라인으로 낸 자소서와 비교해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판단해 본인이 직접 자소서를 썼는지, ‘자소설’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모 씨(27·여)는 “기업은행은 면접 때 자소서를 펜으로 다시 써보라고 한다는 소문이 있어 미리 써 둔 자소서를 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회사들은 “지원자들이 우리 회사의 채용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 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꺼번에 채용이 몰리는 시기라 여기저기 자소서를 써내야 하는 취준생들은 불만이다. 서울의 명문대 재학생 손모 씨(23·여)는 “입사지원서 20편을 내도 모자라는 판에 자필 자소서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은 다른 기업 지원서 서너 개를 쓸 수 있는 시간과 맞먹는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올해 처음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필기시험에 대비하기도 벅찬데 자소서의 글씨체부터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해 부담스럽다. 도대체 기업들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