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그 어떤 투표 때도 김재환(28·두산)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작정입니다.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나 골든글러브, 포스트시즌 단계별 MVP 투표 때 그렇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김재환은 타자에게 불리한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면서도 26일 현재 타율 0.336, 36홈런, 119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김재환을 '마음 속 MVP'로 꼽았습니다. 원래 이런 선수라면 상을 많이 받도록 해주는 게 옳은 일입니다.
제가 표를 주지 않기로 마음먹은 건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전력 때문입니다. 김재환은 2011년 야구월드컵 때 아나볼릭(anabolic) 스테로이드가 나와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나 흘렀는데 약물 효과가 남았을까요?
일단 이 스테로이드 효과가 4년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WADA에서 징계 기간을 4년으로 삼은 건 아닙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징계 기간은 징역형처럼 처벌의 의미로 정하는 것이다. 더 조심해야 하는 약물일수록 징계 기간도 긴 것이지 약효 지속 기간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심해야 한다'는 건 뭘까요? WADA에서 단지 경기력을 향상시키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물질이라고 무조건 금지하는 게 아닙니다. 이 물질이 선수 건강에 실제적 또는 잠재적 위협이 된다는 증거가 있어야 금지목록에 올라갑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 증강 효과만큼 선수 건강에도 위협이 큰 물질입니다. 그 영향이 얼마나 가는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몸에 1년 동안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5년 동안 그러는지 아직 모르는 물질이 있다면 이 물질을 1년만 조심하고 말 게 아니라 5년 동안 조심하는 게 상식일 겁니다. 이를 거꾸로 대입해보면 김재환이 일단은 약물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간주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요?
저도 김재환이 노력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학 풋볼 선수 시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고백한 제이 호프먼 미국 뉴저지 컬리지 교수(운동생리학)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선수가 누리는 최고 이점은 지치지 않고 연습하고 또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환이 남들보다 더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던 것부터 약물 효과였는지 모릅니다.
배리 본즈(52)는 도핑 전 이미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세 차례 뽑혔던 선수지만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그에게 표를 던지는 기자는 아직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도핑 전력이 있는 선수가 후보자로 나왔을 때 기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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