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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北선제타격 질문에… 백악관 “미리 논의 않는다” 이례적 거론

입력 | 2016-09-24 03:00:00

[한미, 北核 파상 공세]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미국이 잇따라 대대적인 추가 대북 제재를 예고하는 가운데 22일(현지 시간)에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행동(preemptive military actions)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s)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말하겠다. 일반론적으로 말해 작전 사안의 하나로 선제 군사행동은 미리 논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대북 선제타격 검토 여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선제타격 성공을 위한 기습(sudden attack)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통상 백악관 대변인은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답하기 어렵다”거나 “그에 대한 정보는 없다”며 피해 가는 게 대부분이다. 백악관의 신중한 브리핑 관행을 감안할 때 북한이라는 대상을 특정한 선제타격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백악관에서 대북 선제타격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 문답에서 언급된 선제타격은 적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해 안보 위협을 느낀 경우 적의 공격 시설을 먼저 파괴하는 것으로 예방 공격(preventive attacks)과는 다른 개념이다. 예방 공격은 적이 당장 공격할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최근 전력 증가에 따른 향후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선제공격은 국제법적으로 용인되지만 예방 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

 2006년 미국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어진 이스라엘의 이집트 공습은 임박한 침공 위협에 대응한 선제공격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1981년에 이라크 원자로를,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공격한 것은 예방 공격에 해당한다. 미국이 1994년 고려했던 영변 핵시설 ‘외과 수술적 타격(surgical strike)’ 역시 예방 공격이다.

 현재 한미가 논의하고 있는 대북 선제타격은 22년 전과는 다른 선제공격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로 미국 본토나 알래스카, 괌과 일본의 미군기지 등을 공격할 위협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면 선제적으로 공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구축할 예정인 ‘킬 체인(Kill Chain)’도 같은 개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2007∼2011년)을 지낸 마이크 멀린 전 의장이 16일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도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을 전제로 한 선제공격을 의미한 것이다.

 백악관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오바마 행정부가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 공격 능력을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은 성격이 과격한 북한 김정은이 무모한 도발이나 오판에 따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 능력 고도화를 인정하는 만큼 향후 핵·미사일 개발 동결과 핵군축, 평화협정을 맞바꾸기 위한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외교관계 수립,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놓고 흥정하는 동안 한국은 22년 전과 유사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노출돼 양측의 협상만 지켜봐야 하는 외톨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신석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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