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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똑같은 이해찬과 유시민

입력 | 2016-09-20 03:00:00


서울대 인근에는 광장서점이란 곳이 있다. 1978년 이해찬 의원이 이 서점을 열었다. 처음에는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팔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는 주로 고시책을 파는 곳이 됐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값비싼 고시책까지도 할인 한 푼 안 해주고 팔아 수익을 올린 덕분에 많은 서점이 명멸하는 과정에서도 광장서점만은 계속 번창해 아직도 건재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때 이 서점의 직원으로 일했고 나중에는 이 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유 전 장관이 한 TV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 일정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 알 거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 수석에게 약점이 잡혀 우 수석을 경질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고발당했다. 제3자가 고발까지 할 발언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고 당시 우 수석은 민정수석은 고사하고 민정비서관도 아닌 변호사였다. 나중에 민정수석이 돼 세월호 당시 일을 뒤늦게 알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먼저 그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정치적 상상력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장관까지 지낸 사람으로서는 경솔한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무소속인 이 의원의 입당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역구가 세종시인 이 의원은 4월 총선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노(친노무현) 인사 물갈이 차원에서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바람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예상했던 대로 김 위원장이 물러나고 추미애 대표 체제가 되자 복당이 결정됐다. 얼마 전 이 의원은 자택 근처에서 퇴비 냄새가 난다고 ‘호통 민원’을 해 세종시 부시장이 출동하고 난리가 났다.

▷친노 인사라도 이해찬 유시민류와 안희정 이광재류가 느낌이 다르다. 더 나이가 많은 이해찬 유시민 쪽이 똑똑하지만 포용력이 부족하다. 교육부총리와 국무총리 시절 이 의원은 권위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유 전 장관도 나아졌다고 하지만 ‘싸가지 있는 말도 싸가지 없게 하는’ 물이 아직도 덜 빠졌다. 이 의원보다 일곱 살 적은 유 전 장관의 나이가 57세다. 둘 다 사소한 데 날을 세울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