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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승건]소치, 리우, 그리고 평창

입력 | 2016-09-13 03:00:00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입성한 한국 선수단의 임원들은 선수들이 묵을 숙소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욕실의 샤워기 헤드가 모두 벽 상단에 붙은 고정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면 휠체어 선수들은 물이 엉뚱한 곳으로 떨어져도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머리만 감거나 발만 씻고 싶어도 샤워를 해야 한다. 수요를 파악한 지원단은 시내를 뒤져 호스가 달린 샤워기 15개를 구입해 교체했다. 국내에서는 개당 1만, 2만 원이면 살 수 있지만 리우에서는 10만 원 이상을 주는 바가지를 썼다. 지난달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이용했던 방에는 애초부터 냉장고와 모기장이 없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KPC)는 대한체육회(KOC)와 협의해 KOC가 구매했던 냉장고와 모기장을 물려받아 쓰고 있다.

선수만 4300여 명이 묵고 있는 선수촌은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다. 겉은 근사한데 안은 엉망이다. 소화전 내부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등 안 보이는 곳은 대충 마감한 흔적이 뚜렷하다. 더 큰 문제는 샤워기처럼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휠체어 장애인이 변기에 앉으려면 지지대가 필수다. 하지만 몇 차례 쓰지 않고도 망가진 지지대가 이미 여러 개다. 그럴 때마다 선수단은 자체적으로 보수를 하고 있다. 정재준 단장은 “조직위원회에 얘기해 봤자 시간 낭비다. 제대로 듣지도 않는 데다 괜한 트집만 잡힐 수 있다. 우리가 직접 해결하는 게 속 편하다”라고 말했다.

조직위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배경 중 하나는 정국 불안이다. 전임 대통령은 탄핵으로 물러났고 신임 대통령 역시 부패 의혹 탓에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개막식에서 관중은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거센 야유를 보냈다. 대통령부터 영(令)이 서지 않으니 조직위 기강이 잡힐 리 없다. 성화 봉송 주자로 리우에 왔던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경기장 바닥에 전선이 방치돼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렵다. 세밀한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2년 전 취재했던 소치 패럴림픽은 달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선수단 입촌식 현장을 지켜보는가 하면 경기장은 물론 훈련장까지 방문했다. 진심인지는 알 수 없어도 대통령의 관심 덕분에 소치 패럴림픽의 대회 운영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그래도 소치와 리우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이다. 가족과 함께 패럴림픽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국내 취재진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18개월 뒤면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열린다. 패럴림픽이 잘 끝나야 올림픽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평창은 소치와 리우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울까. “티켓이 공짜라도 오지 않을걸요”라는 장애인 체육 관계자들의 말로 미뤄 보건대 적어도 관중 참여 면에서는 두 도시보다 못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