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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힘찬병원의 착한 의료이야기]“나는 괜찮다”는 부모님의 거짓말

입력 | 2016-09-13 03:00:00


“나는 괜찮다. 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 건강이나 챙겨라.”

윤지열 원장

자식과 함께 병원을 찾은 노모가 연신 “괜찮다”고 했다. X선을 찍어 보니 무릎 연골이 많이 닳아 통증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였다. 수술을 해야 된다고 했더니 그제야 “자식 성가시게 안 하려고 그랬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부모의 “괜찮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우리 병원이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하는 60대 이상 337명을 조사한 결과 71%(238명)가 관절염을 숨기고 자녀들에게 ‘괜찮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80%가, 75세 이상의 대부분이 퇴행성관절염에 걸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노년 건강의 최대 적이다. 극심한 통증은 물론이고 걷기조차 힘들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운동 부족과 통증 스트레스로 혈당이나 혈압 조절이 어려워 만성질환을 악화시키고 노인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신체 변형이나 불편한 걸음걸이 등 육안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해 무의식중에 내뱉는 소리를 듣고도 금방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부모가 얼마나 불편한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우선 앉았다 일어날 때 책상이나 선반을 잡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속도가 느려질 때, 다리를 온전히 펴거나 구부리지 못할 때, 계단을 겁내면서 외출을 꺼리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행동은 무릎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는 특징들이다.

또 허벅지가 가늘어지거나 키가 작아진 느낌이 들어도 무릎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움직임이 줄어들기 때문에 허벅지가 가늘어지고 무릎 안쪽 연골이 닳으면 무릎이 휘어 O자형 다리가 돼 키가 작아지는 것이다.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휘었다면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신체 변형뿐만 아니라 소리로도 관절염 증상을 유추할 수 있다. 무릎에서 ‘뚜두둑’ 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이때 무의식중에 ‘아이고, 무릎이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을 보이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초기라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으로, 중기라면 관절내시경 시술로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이 심해져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한다.

곧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이다. 가족, 친지들과 모여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부모의 관절 건강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괜찮다”는 부모의 말씀이 진짜 괜찮은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지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