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를 첫 공개 언급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전쟁 발발 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구상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북한 도발과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가열되는 미중 갈등 등으로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데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핵없는 세상’ 어젠다를 구체화하기 위해 임기 내 선제 불사용 원칙을 천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행정부 내 반대 여론을 수용해 이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올 여름만 하더라도 선제 불사용 원칙을 언제 어떻게 천명할 지를 놓고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하지만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선제 불사용 선언을 미국이 약해진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카터 장관은 “북한이 생물학 무기를 사용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핵 대응으로 북한에 맞서는 옵션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3대 핵우산(대륙간탄도미사일, 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중 미 서부에 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철회했다고 NYT는 전했다. 카터 장관은 이 구상에 대해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현 시점에서 줄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반대했다.
선제 불사용은 적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중국과 인도는 각각 1964년과 2003년 이를 천명한 바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