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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亞순방 ‘삐걱’… 美 슈퍼파워 지위 금가는 소리

입력 | 2016-09-07 03:00:00

예기치 못한 홀대-비판과 마주쳐… CNN “변화하는 국제 정세 반영”
트럼프 “나라면 그냥 왔을것” 비아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과 라오스 방문은 그의 마지막 아시아 순방이자 자신이 추진해 온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마무리할 기회였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빅토리 랩(victory lap·우승자가 자축하며 경기장을 도는 것)’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순방 내내 예상치 못한 장애에 부딪혔고 때론 홀대를 받았다. ‘국제적 레임덕’을 넘어 미국이 처한 녹록지 않은 국제정치 환경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6일로 예정됐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아예 취소한 것은 동맹국인 필리핀과의 향후 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음을 예고한 사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테르테가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분명한 결의를 보이고 있는 점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막말 사건이) 대조된다”고 우려했다.

역시 동맹국인 터키와도 잡음이 나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4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모든 종류의 테러는 나쁘다”며 미국이 ‘이슬람국가(IS)’에 맞서기 위해 터키가 테러조직으로 분류하는 쿠르드 민병대와 손잡은 것을 비판했다.

3일 오바마 대통령이 항저우에 도착할 당시 레드 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서구 언론은 중국 측의 ‘계산된 냉대’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5일 미국 오하이오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만일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비행기 문 닫아라. 집에 가자’고 했을 것”이라며 “이는 말 그대로 중국이 오바마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비아냥댔다.

잇단 ‘외교 수난’에 대해 CNN은 “오바마가 후임자에게 물려줄 세계의 불안정한 본질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NN은 “이는 2차대전 후나 냉전 때와는 달리 미국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강국들이 존재하는 현재의 국제정치 판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내년 1월 퇴임 후 저서 출간 계약으로만 2000만∼4500만 달러(약 220억∼495억 원)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퇴임 후 기거할 워싱턴 캘러라마 저택의 월세 2만2000달러(약 2420만 원)를 내고 전용기를 보유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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