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증 후 밝은 표정의 조시운 씨.
6월 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간 기증 수술을 마친 조시운 씨(33)는 또 다시 한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에 밝은 표정을 지었다. 조 씨의 간을 이식받은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생후 6개월이 막 지난 아기였다. 수술 직전 신장에 이어 간까지 기증한다는 조 씨의 말에 조 씨의 건강을 걱정한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조 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조 씨는 “나에게 간을 이식받은 아이의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지만 어린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뿌듯하다”며 “앞으로 내 장기를 이식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아이를 생각하니 저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2013년 신장을 기증해 생면부지인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렸던 조 씨의 장기기증은 이번이 두 번째다. 뇌사 상태 등 숨지기 직전이 아닌 상황에서 기증할 수 있는 간과 신장을 모두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건넨 것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 씨처럼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간과 신장을 모두 기증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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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신장 기증에 이어 간까지 선뜻 기증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짧은 소감을 전했다.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온 조 씨는 “수술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어머니”라며 “장기기증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정동연 기자ca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