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조선업자 부부의 초상’.
당시 부부 초상화는 남편과 아내를 두 개의 캔버스에 따로 제작해 나란히 거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대개 그림 속 남편은 권위적 가장으로 표현되었고, 아내는 수동적 역할로 등장했지요. 화가 또한 당대의 보편적 형식을 따라 부부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동시에 ‘조선업자 부부의 초상’ 같은 새로운 부부 초상화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부부를 평등한 반려자로 간주하기 시작한 시대의 결혼관을 그림에 반영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화가는 남편 얀 레이크선과 아내 흐리트 얀스를 하나의 화면에 담아 부부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조했어요.
17세기 네덜란드는 해양 강국이었습니다. 선박 제조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해상 무역의 주도권을 선점했지요. 그림 속 부부는 조선업과 인연이 깊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선박을 설계하고 만들던 집안 출신으로 가업을 성공적으로 계승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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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대학 후배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잘 어울리는 신랑, 신부가 식장으로 나란히 입장하는데 느닷없이 이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결혼을 다룬 수많은 미술품 중 왜 하필 노부부가 주인공인 초상화가 생각났을까요. 내 삶이 결혼 서약의 순간과 신혼 시절에서 한참 멀어진 때문이겠지요. 식장을 나서며 해가 갈수록 묵직해져만 가는 결혼의 의미를 그림 속 부부의 모습에 단단히 겹쳐 보았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