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돈 쏟아부어도 출산율은 여전히 최하위 ‘셋째 아이’ 기준도 아빠 엄마 중 어느 쪽인지 모호 복잡한 가족 현실 감안하고 여성들의 목소리 반영한 현실적인 대책 새로 내놓길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사회 저출산 징후는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출산율은 1980년 2.83명에서 1985년 1.67명으로 급강하했다. 하지만 당시의 정부 정책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지나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만원’으로 저출산 친화 기조를 이어갔다. 출산율이 1.8명 이하로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인구학자들의 경고를 과감히(?) 외면한 채.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상황에서도, 우리네 출산율이 1980년대 초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건 통행금지를 폐지한 탓이니 통행금지를 부활하자는 농담이 등장할 만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오늘의 실패는 그릇된 고정관념에 갇혀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한 것이 한몫했음을 기억할 일이다. ‘대한민국은 부존자원은 부족한데 인구가 너무 많다.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니 출산율은 더욱 감소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통념에서 벗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작업이 필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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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만혼(晩婚) 국가에 20대 후반∼30대 초반 남녀의 결혼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이 분명 초저출산율 유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결혼을 포기하거나 기피하는 신세대의 동거 현황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 더불어 합법적 혼인 밖에서 이루어지는 출산이나 낙태에 대한 신뢰할 만한 통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우리네 출산 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작 출산을 담당해야 할 여성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출산 정책에 반영되는 통로가 단절되어 있음도 주목을 요한다. 정부가 주관하는 대부분의 저출산 대책 회의에는 출산 경험이 없는 남성과 출산을 끝낸 여성이 모여 “왜 요즘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이어진다.
맞벌이 부부는 시부모님과 동거할 때, 외벌이 부부는 친정 부모님과 동거할 때 둘째 아이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통계 자료나, 둘째 아이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얼마나 많은 수입이 있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느냐라는 통계 분석 결과는 향후 새로운 출산정책 도입 시 현실감 있는 시사점을 안겨줄 것이다.
단번에 출산율 증가를 가져올 만병통치약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대안은 가능한 정책 수단을 다채롭게 적극 동원하는 것일 게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부터 인구 교육을 통해 출산의 중요성 및 의미 가르치기, 계층별 출산율 현황을 토대로 각 계층에 부응하는 맞춤형 출산정책 도입하기, 재혼으로 인한 복합 가족의 현실을 반영하여 출산장려 정책을 수정·보완하기, 혼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하기 등등이 두서없이 떠오른다. 한데 정작 20대 초반 여성들로부터 나온 해법은 보다 파격적이었다. ‘저출산 어떻게 해결하지요?’란 질문에 “물론 글로벌하게 해결해야지요”란 답이 돌아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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