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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뚝심있는 대작곡가 브루크너 서거 120주년

입력 | 2016-09-06 03:00:00


안톤 브루크너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는 순진한 사람이었습니다. 생의 대부분을 오스트리아 시골인 장크트플로리안의 성당에서 오르간을 치며 생활했습니다. 대인관계에 서툴렀고, 여성들과의 관계는 더욱 그랬습니다. 결국 독신으로 지냈죠.

이 사람의 순진함은 선배 작곡가 바그너를 경모했으면서 교향곡 작곡에 몰두한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바그너는 교향곡이 ‘시대에 뒤졌다’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바그너는 브루크너가 자신의 스타일에 영향받은 교향곡을 들고 찾아오자 처음에는 격려도 하고 호기심을 보였지만 나중에는 ‘별스러운 친구’ 취급을 하며 거리를 두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주류 음악계도 그에게 거리를 두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바그너의 숙적’으로 불리는 브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유난히 바그너 색채가 짙은 브루크너를 좋아할 리 없었습니다. 결국 ‘바그너를 경모한 교향곡 작곡가’가 된 것은 전략상 오류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우직한 작곡가는 계속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침내 환갑이 되어서 1884년 발표한 교향곡 7번에 이르러 세상은 그에게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그가 남긴 교향곡 9곡(습작을 포함하면 11곡)은 세계 콘서트 무대에서 베토벤이나 말러의 교향곡들에 버금가는 ‘우뚝한 산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달 11일은 브루크너의 서거 120주년 기념일입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8일 브루크너의 첫 성공작이자 바그너에 대한 추모의 뜻이 들어 있는 교향곡 7번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종진 지휘로 연주합니다. 임헌정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브루크너 전곡 연주 시리즈의 일환으로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합니다.

그가 거의 평생을 보낸 장크트플로리안 부근의 린츠에서는 매년 ‘브루크너 페스티벌’(9월 13일∼10월 29일)이 열립니다. 한국이 ‘주빈국’인 올해 행사에는 브루크너의 교향곡들 외 오페라 갈라 콘서트, 정명훈 지휘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5번 등의 콘서트가 마련됩니다. 동아일보도 이 페스티벌과 함께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축제와 호수에 빠지다’ 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www.tourdonga.com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