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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금품’ 받은 부장판사 구속

입력 | 2016-09-03 03:00:00

1억7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 현직 부장판사 비위행위 구속 처음
대법 “머리 숙여 깊은 사죄 드려”… 양승태 대법원장 6일 대국민 사과
정운호, 군납비리 재판 檢증인 출석… “브로커에 5000만원 건넸다” 주장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로부터 1억7000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가 2일 구속됐다. 현직 부장판사가 비위행위로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정 전 대표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2004년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52·구속)를 알게 되면서 그를 통해 정 전 대표와 만나기 시작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어울리며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 부장판사는 네이처리퍼블릭 위조상품 판매 사건의 항소심을 맡았는데 피고인들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와 정 전 대표의 유착관계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다가 1일 오전 2시 반 긴급체포됐다. 김 부장판사는 금품 수수 관련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현직 판사였던 최민호 전 판사(44)가 지난해 1월 구속된 이후 1년 8개월 만에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면서 사법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 구속 후 “판사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과오이자 잘못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6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다.

한편 정 전 대표는 이날 열린 군납 비리 재판의 검찰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브로커로 활동한 한모 씨(58·구속 기소)에게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의 부대 내 매장(PX) 입점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 전 대표는 “PX에 입점하기 위해 한 씨에게 쇼핑백에 현금 5000만 원을 넣어 전달했다”며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 씨는 “추석을 잘 보내라며 월급 대신 2000만 원을 받은 게 전부이며 3000만 원은 공진단 값으로 받은 것”이라며 “재판 전 진실만을 말하자고 했던 정 전 대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업 파트너로 만난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며 해외여행까지 같이 다녀오는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한 씨는 “정 전 대표에게 MB(이명박 전 대통령) 조카 김모 씨를 소개해주고 2억 원을 받았다”는 증언을 하며 정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다. 해당 사건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MB 조카’의 실명까지 거론되자 재판부는 “자제해달라”며 제지했다. 한 씨는 정 전 대표의 증인신문 후 “정 전 대표의 희생양이 돼 이 자리에 서 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울먹였다.

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