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어디에/스벤누르드크비스트지음·김경연 옮김/32쪽·1만8000원/풀빛 그림아이
본문이 막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 등을 돌리고 앉은 생쥐가 보입니다. 빨간 바지를 입은 누나는 모로 누운 배 위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어요. 누나의 시선이 머무는 쪽에 곧 펼쳐질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작은 그림 상자를 통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도록 이끌어주지요. 이제부터 펼쳐질 풍경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건축가였던 저자의 2007년 작품이에요. 집요하리만치 빈틈없는 그의 연출은 화면에 나오는 어느 것 하나도 대충 그 자리에 두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 속 할아버지는 포마드 깡통 안에 나무를 기르는데 열매 모양을 보니 식물성 포마드 원료인 산검양옻나무였어요. 그러니 놓칠 것 없이 하나하나 꼼꼼히 탐구하듯 보아도 좋을 거예요. 대상을 재현하되 사물들의 배치와 크기, 간격 등이 상식적이지도 당연하지도 않아서 다음 장을 넘길 때마다 깜짝 놀라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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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