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를 좀 넓혀~.”
빠른 발로 외야를 호령하는 KIA의 중견수 김호령이 들을 말은 아니다. 김호령은 타자의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 타구 방향을 예측하고 달려가 손 쉽게 잡아내는 선수다. 팬들은 좌익수와 우익수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그의 넓은 수비범위를 ‘호령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1일 삼성과의 대구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김호령에게 분명 이렇게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경기 전 훈련을 하던 김호령이 더그아웃을 지나쳐 라커룸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더그아웃 한쪽에서 지켜 보던 김 감독은 “오메,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가”하며 웃더니 사라진 김호령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다. 순식간에 다시 나타난 김호령은 “감독한테 인사도 안 하냐”는 김 감독의 타박에 쭈뼛거리며 “못봤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감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야를 좀 넓혀”라고 농담을 건넨 것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