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간사, 밤샘 마라톤 협상… “예비비 2000억 수준” 의견 접근
심각한 정진석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임이자 의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여야는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에 몰렸다. 정부는 2일 내년도 본예산안을 국회로 보낸다. 따라서 1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추경안과 내년도 본예산안이 국회에 동시에 계류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뻔했다. 여야가 추경안 처리라는 한 사안을 두고 두 차례나 합의를 깬 전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1일을 넘기면 여야 모두 여론의 강한 질타를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벼랑 끝에 몰려서야 겨우 탈출구를 찾는 구태를 이번에도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간사 간 타협안이 나오기 전까지 여야 지도부는 난타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야당이) 의도적인 방해와 발목잡기로 경제를 더 어렵게 해서 국민의 불만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내년 대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상식에 어긋난 대선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은 최악의 실수를 했다. (야당의 약속 파기는) 앞으로 우리가 대선 과정에서 늘 (비판 소재로) 써 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보듯 ‘거대 야당’이 합의 파기를 일삼으면 여당으로선 속수무책이다. 이에 앞서 야당은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 2015년도 예비비 지출 승인’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이어 같은 달 29일에도 교문위에서 야당 단독 처리가 나오자 ‘소수 여당’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정기국회에서도 예산안과 안보 이슈, 역사 논쟁 등을 두고 여야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을 치르듯이 대립하면 곳곳에서 파행이 불가피하다.
이번 정기국회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중점 법안을 처리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들 법안과 함께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여당으로선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청와대가 여당에 협상력을 높여주지 않으면 여당도 ‘회의 보이콧’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협치’ 대신 ‘파행’의 일상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