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대동여지도’가 30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김정호 역을 맡아 처음 실존인물을 연기한 차승원(왼쪽)은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눈물샘까지 자극하며 연기자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9월7일 개봉 앞둔 영화 ‘고산자’ 시사회를 본 후…
시작부터 관객들 압도하는 수려한 풍광
스스로 한계 뛰어 넘는 차승원 명품연기
강우석 감독 “평생 후회할것 같아 제작”
왜 이제야 영화의 주인공이 됐을까. 아니면 이제라도 영화를 통해서나마 대중에 소개되는 사실을 반갑다고 해야 할까.
대동여지도를 만든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를 그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제작 시네마서비스)가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한 선구자의 삶을 극적으로 펼쳐냈다. 200년 전 살다간 인물이 지금 ‘우리’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던지는 울림이 상당하다.
배우 차승원은 김정호 역을 맡아 처음 실존인물을 연기했다. 현대극에 더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가와 이미지가 분명한 스타이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듯 작정하고 나선 점에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영화 속 김정호는 딸을 대할 때면 ‘허허실실’ 하다가도, 지도에서만큼은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는 상반된 개성을 가진 인물. 이는 차승원이 가진 본연의 친근한 매력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런 차승원은 끝내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놓으며 ‘눈물’까지 자극한다. 거대한 시련을 겪은 김정호가 굳건히 자신의 길에 다시 나서면서 내뱉는 “길 위에서는 신분도, 귀천도 없다. 오직 길을 걷는 자만 있을 뿐이다”는 대사는 영화를 상징하는 외침으로 관객을 자극한다.
‘고산자’는 단지 김정호의 인생만 담지 않았다. 조선 후기 세도가들의 폭정과 그에 맞선 흥선대원군(유준상)의 갈등,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김정호의 험난한 삶도 비춘다. 사리사욕만 좇는 권력자들, 대대로 이어지는 그 권력의 부패는 지금 우리 사회를 보는 듯 하다. 사극이지만 현대극으로도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강우석 감독은 “각박하고 퍽퍽한 삶 속에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며 “‘고산자’를 영화로 만들지 않으면 일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고산자’는 같은 날 개봉하는 송강호의 ‘밀정’과 흥행 경쟁을 벌인다. 일제강점기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스파이들의 관계를 비춘 ‘밀정’이 20∼30대 젊은 관객층의 지지를 받는다면, ‘고산자’는 보다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