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능력 위주로 확 바뀐 채용기준
임직원 1000명 이상인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인턴 경력을, 5곳은 공모전 참여 유무를 채용 시 주요 평가 요소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현대차를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하반기(7∼12월) 대기업 신입공채 시즌에서는 이런 채용 기준 변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 인턴 경력과 공모전 참가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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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채용 시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복수 응답) 순위에서도 자격증(54.9%), 학력(34.8%)에 이어 인턴 경력(28.0%)이 3번째에 올랐다.
‘공모전 경험’을 묻는 기업 비중도 31.5%로 지난해 21.6%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임직원 50∼299명의 기업들 중 28.5%만 공모전 참여 여부를 적도록 한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은 50.0%가 이 항목을 평가했다. 최근 재계에서 ‘탈(脫)스펙’ 전형이 확산되자 기업들이 인턴 및 공모전 경력을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공모전이 기업들의 주요 평가 대상이 되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 및 정부 공공기관이 운영한 공모전은 2151개로 2013년의 1083개보다 약 2배로 늘어났다.
○ 불필요한 항목 사라진다
실제 직무 연관성과 동떨어진 항목들은 입사지원서에서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
본적, 키·몸무게, 혈액형을 묻는 기업들의 비중은 각각 9.1%, 13.7%, 10.3%로 지난해의 13.8%, 24.5%, 20.5%에서 눈에 띄게 줄었다. 가족관계를 묻는 기업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78.8%)을 유지하고 있지만 작년(84.4%)보다는 다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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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부분 기업(94.0%)이 학력 항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직무 중심 채용 기준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점을 묻는 기업은 전체의 60.2%로 지난해(53.6%)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아직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학력과 학점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 청년 구직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 주요 기업별 채용 특징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기존 4.5점 만점에 3.0 이상을 요구하던 학점 제한을 폐지했다. 면접에서도 ‘창의성 면접’을 도입했다. 2013년부터는 인문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도 운영하며 스펙과 상관없는 채용 절차를 진행해 오고 있다. SCSA 참가자는 6개월간 채용 내정자 신분으로 삼성전자나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교육을 수료한 뒤 해당 기업에 입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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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입사 희망자들은 2013년부터 시행 중인 ‘바이킹 챌린지’ 전형을 염두에 둘 만하다. 학력 및 나이 제한 없이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드러나는 경험에 대해 15분간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준비하면 된다.
LG그룹은 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챌린저’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 주제로 해외를 다녀온 뒤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뒤 우수자에게는 인턴 또는 정규직 입사 기회를 준다. 한화그룹은 2014년 하반기 6주간 국내외 사업장에서 연수를 받도록 하는 ‘HMP(한화 멤버십 프로그램)’를 만들었다. 참여자들은 연수 기간에 그룹의 주요 사업과 연관된 주제로 디자인, 마케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CJ그룹 채용의 특징은 인사팀뿐만 아니라 인력 충원을 필요로 하는 부서 직원들이 직접 선발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지원자의 실질적 직무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공공사업본부장은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으로 직원을 선발한 기업들은 신입 직원의 업무성과 향상은 물론이고 조기 이직률을 낮추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