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곤 美하와이대 교수 “한인 아내와 딸 낳은뒤 정체성 관심 일생동안 풀어야할 과제는 딱 2개… 친모 찾고 한반도 기원 밝히는 것”
‘한국의 인디애나존스’로 불리며 한국인의 기원을 추적 중인 배성곤 미국 하와이대 인류학과 교수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배성곤(미국명 크리스토퍼 배) 미국 하와이대 인류학과 교수(45)는 한국인의 뿌리를 연구한다. 한반도 현생인류의 이동 경로와 그들 이전에 한반도에 살았던 인류의 운명을 알아내는 것이 목표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고인류학 분야에서 한국 관련 기록을 최대한 많이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달 초 옛 사람들의 수렵 활동을 파악하는 단서인 사슴 화석 연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만 1세 남짓이던 그는 1972년 3월 14일 서울에서 미아로 발견됐고, 그해 11월 미국 뉴욕의 백인 가정에 입양됐다. 지금 쓰는 생일과 나이, 이름은 발견 당시 그를 진찰한 의사가 정해 준 것이다.
광고 로드중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학비가 없었다. 햄버거 가게 주방 보조를 비롯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교 졸업 1년 후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인류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양부모가 집세를 내라고 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는데, 그게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유년 시절 겪은 차별과 시련은 자연스레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으로 이어졌고, 인류학이 숙명처럼 다가왔다. 배 교수는 “전체가 아닌, 파편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해 나가는 인류학이 마치 나 자신의 뿌리 찾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6년 전 한국인 부인과의 결혼은 그가 자신의 뿌리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해 줬다. 중국 베이징의 인류학 연구소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이었다. 배 교수는 “결혼 후 진짜 한국인의 삶이 어떤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명함에는 ‘배성곤’과 ‘Christopher Bae’가 함께 적혀 있다. 그는 양부모의 성을 쓰다가 결혼 후 지금의 성으로 바꿨다. 딸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 주고 싶어서다. 그는 “진짜 이름은 아니지만 나와 딸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