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展, 자화상 등 드로잉 700점
27년 만의 아르코미술관 개인전을 ‘드로잉’으로 채운 서용선 작가는 “재료의 물질적 특징과 작품 형식을 고려해야 하는 페인팅에 비해 드로잉은 작가의 생각과 욕망을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10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인전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을 여는 서용선 작가(65)가 2010년 쓴 글이다. 21일 오전 전시실에서 만난 그는 “1989년 이곳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이번이 두 번째다. 군 복무 후 대학에 진학해 뒤늦게 작가로 데뷔하고 처음으로 커다란 공간을 혼자 채우느라 대형 작업에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을 중심으로 한 그림 700여 점을 선보인다. 27년 전 개인전에 걸었던 작품을 다시 가져온 건 ‘집단의식-도시의 사람들’ 한 점이다. 올해 완성한 비슷한 주제의 신작 ‘도시에서’는 강렬한 붉은색 터치 너머로 절박한 심정이 또렷이 배어나는 초기작과 나란히 걸기 어색할 만큼 상이하다.
당시 그린 자화상이 걸린 1층 전시실 맞은편에는 2007년 검은색 아크릴물감으로 종이에 휘갈기듯 그린 자화상 연작 39점을 붙여 놓았다. 경기 양평 작업실에서 모처럼 홀로 쉴 짬을 얻었을 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머리맡 거울을 보고 그린 것들이다. 서 씨는 “타인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행위가 자화상 작업”이라고 했다.
2000년대 초부터 주제로 끌어들인 ‘신화’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1997년)를 보다가 신화의 원형과 단절된 우리 사회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그는 이때부터 여와 반고 서왕모 마고 등 신화 속 캐릭터에 그 나름의 해석을 용해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이성적이지 않다고 무시하는 신화의 실체를 마주하면 상상과 표현의 협소함을 깨달을 수 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신화의 원형이 보존된 중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고의 자유로움을 확장할 생각이다.” 02-760-485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