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마라톤 완주 위한 사투 경기전 내린 비로 미끄러운 도로, 악조건에 근육 마비-부상 속출 이란 선수 엉금엉금 기어서 골인… 아르헨 선수는 ‘게걸음’으로 완주 중도포기 4년전보다 적은 15명뿐, 北 박철 등 완주 후 실신 잇따라
“할 수 있어 친구, 같이 뛰자” 다리에 경련이 온 아르헨티나의 페데리코 브루노(오른쪽)가 멈춰 서자 뒤따르던 파라과이의 데를리스 아얄라가 다가와 상태를 묻고 있다①. 결승선 앞에서 멈춰 선 브루노를 안타깝게 바라본 뒤 다시 뛰기 시작한 아얄라(왼쪽)②. 브루노(오른쪽)가 경련으로 앞으로 뛸 수 없게 되자 남은 거리를 옆으로 뛰고 있다③.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아얄라(왼쪽)가 힘겹게 도착한 브루노를 힘껏 끌어안고 있다④. 응원단이 던져준 국기를 걸치고 경기장을 나오는 두 선수⑤. TV 화면 캡처·diarionorte.com
이날 경기 전 리우에 쏟아진 비로 미끄러워진 길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레이스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르헨티나의 페데리코 브루노는 결승선을 앞두고 아예 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시간 30분 넘게 뛰면서 근육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던 것. 뒤따라오던 파라과이의 데를리스 아얄라는 멈춰선 그를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결승선을 앞두고 사투하는 동료의 모습에 쉽사리 발길을 뗄 수 없었던 데를리스는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계속 뒤를 돌아보며 브루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날 155명이 출전한 마라톤에서는 2시간 30분을 넘긴 선수가 33명이나 나왔다. 런던 올림픽에서 8명밖에 없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많은 숫자다. 하지만 중도 포기자는 15명으로 106명이 출전했던 런던 올림픽(21명) 때보다 적었다. 형편없는 성적이라도 완주를 선택한 선수가 많았던 것이다. 완주 후 많은 선수들이 실신했다. 북한의 박철도 그중 하나였다.
손명준, 허벅지 부상 참고… 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허벅지 부상을 입고도 절뚝이면서 풀코스를 완주한 손명준. TV 화면 캡처
한편 은메달리스트 페이사 릴레사(에티오피아)의 세리머니도 화제를 낳았다. 릴레사는 결승선에 달려오며 ‘X자’를 여러 차례 그렸다. 단순 세리머니인 줄 알았던 이 표시에는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에티오피아 정부에 저항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