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FA 대란의 시대, SK가 주는 교훈

입력 | 2016-08-20 09:30:00

SK 와이번스. 스포츠동아DB


2015년 겨울, SK 와이번스 프런트는 고민에 휩싸였다. 무려 6명의 프리에이전트(FA)가 팀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불펜 원투펀치 정우람, 윤길현을 비롯해 베테랑 투수 채병용, 포수 정상호와 1루수 박정권, 외야수 박재상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그로부터 1년 전인 2014년 겨울, SK는 최정, 김강민, 조동화 등 핵심 FA를 모조리 잔류시켰다. 그러나 우승후보라는 세간의 평가에 걸맞지 않고 고전 끝에 5위로 마감했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SK는 협상전략에서 명확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들어갔다. 못 잡는 선수가 나오면 굳이 다른 데서 대안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내부 육성으로 대처하겠다는 원칙이 바닥에 자리했다.

그 결과, 정우람 윤길현 정상호가 SK를 떠났다. 채병용 박정권 박재상은 남았다. SK의 의도가 100% 관철된 결과는 아니었지만 뜻대로 다 풀리리라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그 대신 SK는 과거 왕조시대의 야구 컬러와 결별하고, 타자친화적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최적화된 새로운 라인업을 짜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제 야구단의 결실의 계절인 8월 중순 현 시점에서 SK의 선택은 큰 틀에서 옳았음이 나타나고 있다. 6명의 FA 중 최고의 대박은 예상을 뒤엎고, 채병용이었다. 2+1년 총액 10억5000만원에 계약한 19일까지 채병용은 55경기(65.1이닝)에 등판해 3승1패8홀드 2세이브 방어율 4.13의 알짜 성적을 내고 있다. 문제됐던 피홈런(7개)은 줄었고, 삼진이 증가(55개)했다. 비록 19일 두산전에서 0.2이닝 3안타 2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지만 1-2로 밀리던 8회초 상황에서 가장 믿을만한 카드로 선택된 투수가 채병용이었다.

SK 관계자는 “팀 내 FA 선수라고 무조건 잡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당장은 팬들에게 서운한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구단이 그 선수의 미래가치와 상징성 등을 고려해 합당한 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도 선수가 떠난다면 팜에 있는 유망주들에게는 기회의 동기가 생긴다. 팀은 그렇게 순환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선수층이 얇은 KBO리그에서 선수 몸값은 천정을 모르고 치솟는다. 반면 기업들은 역대급 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과거처럼 그룹 자존심 차원에서 돈 보따리를 푸는 비합리적 행위를 지양하고 있다.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비용 대비 효율성을 검증할 수 있는 프런트의 역량이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겨울 SK의 선택이 아껴준 돈의 액수를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