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현 전 북측 비무장지대 방송요원 통일학 박사
필자가 귀순 전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 방송요원으로 근무했던 시기는 남북한 모두 심리전 방송을 진행했던 때였지만 남측의 대북 확성기 때문에 귀순한 북한군은 없었다. 그 이후 11년 동안 심리전 방송이 중단됐으니 이때 휴전선으로 넘어온 귀순자들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넘어왔을 리는 만무했다.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다시 재개해야 했던 입장은 이해되지만 굳이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서 보고해야 했을까 하는 안쓰러움마저 들었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와 남한의 대북 확성기 모두를 경험한 필자는 2002년 월드컵 때 대북 확성기를 통해 경기가 생중계됐고 한국 선수가 골을 넣으면 북측 초소에서 군인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는 심리전 방송 담당자의 인터뷰를 보면서 피식 웃었던 적도 있다. 대북방송을 듣고 함성을 지르면 총살감이 아닌가.
그 와중에 올 4월 180억 원을 들여 확성기 40대를 추가 구입하기로 했던 대북 확성기 도입사업에 비리가 터졌고 국군심리전단이 압수수색당했다. 대북 확성기의 가청거리가 3km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비무장지대는 남북한이 합쳐 4km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어떤 위협도, 대응의 필요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심리전은 전쟁의 또 다른 이름이자 국가안보의 방화벽이다. 그리고 심리전의 특성상 사실만을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진실을 왜곡한 대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주승현 전 북측 비무장지대 방송요원 통일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