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주변-놀이터 점검해보니
3일 서울 동작구의 한 공원을 찾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연구원들이 휴대용 측정기로 우레탄 트랙에서 나오는 중금속의 양을 측정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기준치의 300배가 넘는 양이 검출된 납과 크롬 등 중금속은 알레르기 반응은 물론이고 두통과 손목 마비, 기관지염과 폐기종까지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 기준조차 없이 떠도는 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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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내 인조잔디나 고무자재로 만든 놀이터 바닥에서는 끊임없이 매캐한 폐타이어 냄새가 올라왔다. 이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자 연구원들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정확한 건 시료를 채취해 실험실로 가져가 분석해야 하지만 필요한 절차와 규정이 있어 당장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도 어린이 생활공간에서 점검 대상은 중금속만 해당할 뿐 프탈레이트 등 다른 유해물질은 제외돼 있다.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최경호 교수는 “프탈레이트는 운동장에서 손에 먼지 형태로 묻고 입으로도 먹기 쉬운 물질인데 호르몬 분비를 저해하고 성장을 방해하면서 지능 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입으로 들어가는 프탈레이트만큼이나 위험성이 높은 발암물질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다. 하절기 등 기온이 높을 때 방출량이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활공간에 따른 위해성 여부는 조사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국가기술표준원에 제품관리 기준인 한국산업규격(KS)에 프탈레이트를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는 제품 기준을 강화하는 수준일 뿐이다. 홍윤철 서울대 환경보건센터장(예방의학과 교수)은 “중금속 외에도 프탈레이트는 노출 경로를 확인해서 사용 환경과 장소에 따른 기준을 세우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구난방 관리에 기준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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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용시설 중 △놀이터(어린이 놀이시설)는 국민안전처 △초중고교 우레탄 트랙은 교육부 △구민운동장 등 공공체육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 △유치원 교실, 초등학교 교실, 학교 도서관 등(어린이 활동공간)은 환경부로 관리담당이 나뉘어 있다.
미끄럼틀, 그네 등 놀이터 놀이기구가 대표적인 사각지대다. 놀이터를 관리하는 국민안전처는 제품에 어린이의 손가락이 끼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하고 있지만 중금속 관리는 하지 않는다. 모든 놀이기구는 안전 기준을 맞춰 시중에 나온 제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낡으면 페인트가 벗겨지고 중금속 노출 우려는 커지지만 이때도 제품 교체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시민단체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박수미 사무국장은 “중금속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인 2008년 이전에 설치된 놀이시설은 아무런 점검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금속 규제농도는 실내와 실외 기준이 달라 논란이 된다. 주로 교실 등 실내를 담당하는 환경부는 올해부터 도료나 마감 재료에 중금속 4종(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의 농도를 모두 더한 값이 1000ppm을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실외 바닥재에 적용되는 한국산업규격(KS) 기준에 따르면 카드뮴 50ppm, 6가크롬과 수은은 25ppm을 넘겨선 안 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우레탄 트랙 전수조사를 요청했으나 흔히 주차장에 바르는 액상 우레탄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해석이 각각 달랐고 이에 따른 혼란 때문에 실태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송 의원은 “어린이 생활공간 전반에 대해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어린이가 활동하는 공간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생활공간별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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