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기획사들 제작-투자 잇달아
지난달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독일 DJ 제드의 무대에 열광하는 관객들. CJ E&M 제공
“‘디미’가 한국에 온다고요? 그것도 아이돌 기획사가 여는 페스티벌에…?”(20대 대학생 박모 씨)
전자는 40대 록 음악 팬, 후자는 20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팬의 반응이다. 올여름 국내에 불어닥친 뜻밖의 EDM 붐은 서로 다른 연령과 취향의 음악 팬 모두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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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상반기에 EDM 전문 음반사 ‘스크림 레코즈’를 출범시켰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샤이니, f(x), 동방신기, 루나, 태연 등 소속 아이돌 가수들이 잇따라 EDM 성향이 강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냈다. SM은 작년 10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EDM 박람회 ‘암스테르담 댄스 이벤트’에서 리퓬 등 해외 유명 EDM 음반사와 접촉하며 치밀하게 밑그림을 그려왔다. YG 역시 6월 열린 EDM 축제 ‘UMF(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의 제작 및 투자에 참여하면서 이쪽 시장에 발을 들였다.
가요 프로그램과 군무로 대표되던 아이돌 그룹 소속사들이 DJ 중심의 EDM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세계 음악 시장 변화에 주목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댄스음악과 EDM은 전자음악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음악적 연결고리도 강해 국내 기획사들의 투자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가요 기획사에서는 해외 DJ들을 아이돌 가수와 합작에 이용하거나, 한발 나아가 개인의 스타성이 중요한 EDM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직접 인기 DJ로 띄울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또한 해외 공연계에서는 서구에서는 이미 팽창할 대로 팽창한 EDM 시장의 새로운 출구로 한국 등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에서는 3일간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 중 두 팀(제드, 디스클로저)이 EDM 음악가였다. 일렉트로닉 음악 전문음반사 영기획의 하박국 대표는 “세계 음악 시장의 매출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음원에서 공연으로 이행하면서 EDM 콘서트 시장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4월 미국의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도 캘빈 해리스, 디스클로저 같은 DJ들이 웬만한 록 밴드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가요 기획사의 EDM 투자, 록 페스티벌에서 DJ를 만나는 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화 평론가는 “한편으론 올 초 미국의 대형 EDM 기획사 SFX 엔터테인먼트의 파산에서 보듯 기존 EDM 시장의 위기론이 대두되지만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은 여전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미국 유명 DJ 스크릴렉스가 엑소 콘서트의 오프닝을 맡고 싶다는 말을 먼저 꺼낼 정도로 해외 DJ들의 몸이 달아있다”고 했다. SM이 난지한강공원에서 ‘스펙트럼’을 여는 10월 초는 중국 국경절 기간이어서 중국의 한류 팬을 관객으로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시장은 세계 DJ와 한국 가요 기획사의 공통 과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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