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성폭행 살인 30대 피의자… 檢, ‘태완이법’ 첫 적용해 기소
“교도소에 있는 범인이 모범수로 출소하려는 꿈을 꾼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정한 반성 없이 출소한다면 다른 사람이 또 희생될까 걱정됐다. 15년 동안 힘없는 사람은 당하고만 살아야 되느냐는 한이 맺혔는데 이제 억울함이 풀린 것 같다.”
2001년 2월 4일 전남 나주시 드들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박모 양(당시 17세)의 살해범이 우여곡절 끝에 15년이 넘어서야 밝혀졌다. 박 양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진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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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경찰서는 탐문 수사를 벌이고 DNA를 대조하며 수사했지만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박 양의 아버지는 2009년 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11년이 흐른 2012년 대검찰청이 범인의 체액이 2003년 전당포 주인 이모 씨(당시 63세) 등 2명을 살해해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김모 씨(39)의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김 씨의 유전자 확보는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이 터진 뒤 2010년 개정된 일명 ‘DNA법(범인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으로 재소자들까지 유전자를 채취해 가능했다.
유전자 증거에도 김 씨의 거짓말로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김 씨는 “드들강 사건이 터지기 2, 3일 전에 박 양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씨를 강간살인 혐의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송치했으나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는 그의 주장을 깨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억울한 죽음을 풀어 주기 위해 재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시신·부검 사진 100여 장을 꼼꼼히 분석해 시신 하혈은 생리혈 이라는 단서를 발견했다. 검찰도 올 2월 박 양의 억울함을 풀어 줘야 한다며 재수사에 무게를 실어 줬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살인 등 강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 덕택에 사건 발생 살인 공소시효인 15년이 넘어서도 계속 수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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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검찰청은 김 씨를 박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추가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기소는 ‘태완이법’이 적용된 첫 사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