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 중인 30대 무기수가 15년 전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번 추가 기소는 살인 등 강력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의 첫 적용 사례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 박영빈)는 5일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강간살인)로 김모 씨(39)를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김 씨는 2001년 2월 4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에서 고교 3학년 박모 양(당시 17세)를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양은 사건 당일인 오전 1시경 인터넷 채팅을 하다 광주 남구의 자택에서 나왔다. 이후 2시간 뒤 동네 오락실과 식육점 앞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모습이 이모 씨(36) 등 주민 2명에게 목격됐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3시 반 드들강에서 알몸 시신 상태로 주민 최모 씨(56)에게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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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상태였던 사건은 유전자 수사 관련법이 바뀌면서 11년 만에 수사가 재개됐다. 유전자(DNA)법 개정으로 검경이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교도소 재소자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김 씨의 유전자도 새로 채취됐다. 경찰은 2012년 8월 검찰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하던 박 양 강간살인범 DNA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목포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 씨 DNA가 동일하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과 10범인 김 씨는 돈을 뺏기 위해 교도소 동기 박모 씨(43)와 전당포 주인 이모 씨(63)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전남 화순의 한 야산에 암매장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또 남의 개를 훔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 씨는 숨진 박 양의 집에서 40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지만 주소지는 전남의 한 지역으로 등록돼 있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기 힘든 상황이었다. 경찰은 뒤늦게 김 씨를 드들강 살인범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김 씨는 “박 양이 시신으로 발견되기 2, 3일 전 합의 아래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이 아닌 화간이라고 오리발을 내민 것이다. 경찰은 2012년 10월 김 씨를 강간살인혐의 기소의견으로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송치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해 2014년 10월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2월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촬영된 100여 장의 현장·부검 사진을 토대로 박 양의 혈흔이 생리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등 김 씨의 혐의를 입증할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김 씨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재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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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들강 살인사건은 지난해 살인 등 강력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의 첫 적용대상이 됐다. 드들강 살인사건이 일어난 2001년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드들강 살인사건은 태완이법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기소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영빈 광주지검 강력부장은 “김 씨가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수사검사를 재판에 참여시키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법은 형사합의부에 드들강 살인사건을 배당해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빠르면 이달 중 첫 재판 준비기일이 열릴 전망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