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정부, 공립 초등생들에 노트북 무상지급 SW대회서 두각, 10년도 안돼 효과… 이런게 창의교육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아주대 석좌교수
많은 이들이 수학 교육을 지식 전수 과정으로 오해한다. 그런 거 인공지능이 더 잘한다고? 미래에 안 쓸 거라고? 이건 생각연습인데. 배우고 나서 잊어도 뭐가 문제랴. 아이들은 세상의 다양한 문제에 접근하는 생각의 힘을 얻어 나간다. 일상을 벗어난 ‘멍 때리기’만으로 없던 창의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는다. 빈약한 콘텐츠에 기반해서는 토론식 수업과 자기주도 학습으로도 뻔한 생각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가 갈라파고스가 아니니 선진국의 변화 방향에서 뭔가 보이려나 했는데, 엉뚱하게도 후발국의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참석한 베를린의 학회에서 8명의 수학자와 건축가 및 과학 큐레이터로 구성된 우루과이 팀을 만났다. 유일한 건축가는 수학자와의 흔치 않은 협업 사례를 소개하는 발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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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교육환경의 변화를 교과과정에 녹여내는 일이 간단할 리가 없다. 교사들은 이게 웬 봉변인가. 교육의 세대 차이가 큰 시대라서 기계치 교사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컴퓨터를 들고 나타나는 제자들을 맞으며 당혹스러워할 교사들을 연상해 보라. 그럼에도 10년이 안 된 이 프로그램의 효과는 선명하다. 당장 구글 소프트웨어 챌린지에서 우루과이 학생들의 프로그래밍 실력과 활약이 대단하다.
새로운 교육환경을 수학교육에 활용하는 실험도 시도되고 있다. 수학 개념의 시각화 및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매지너리 프로그램을 전국 모든 아이의 노트북에 깔았다. 방정식을 즉시 그림으로 표현해서 해를 구하는 과정을 눈으로 이해시킨다. 기하학적 모양을 소리로 표현해서 수학적 방식으로 노래를 만들게 한다. 말 그대로 ‘보고 듣는’ 수학이다.
이런 방식이 새로운 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공교육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용하다니. 모든 학생에게 이런 체험 방식의 교육을 시도하는 것도 용감하고. 전통적인 수학 교육에 비해 새로운 방식이 모든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지하게 하는 효과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이 평생 본 적도 없는 컴퓨터를 매일 들고 다니는 자식이 자기와는 다른 인생을 살 거라고 믿는다. 교육에 적극적이지 않던 전통적인 삶의 방식도 바뀔 수밖에. 이 아이들 중에서 미래의 과학자와 기술자가 나올 것이다. 일상을 기록하는 연습에서 시작하여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창조해내는 작가도 나올 것이다. 베를린에서 우루과이 건축가가 소개했듯이, 기하학적 방식으로 아름다운 조형물을 설계해 내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도 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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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아주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