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車 인도 점령… 보행 불편… 무더위에 승용차 이용 신도 늘자 신고 민원도 평소의 두배로 껑충… 경찰은 집단반발 우려 단속 손놔
31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 종교시설 주변 도로에 교인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도심 종교시설마다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반발 등을 우려해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교회나 성당 등 도심 속 종교시설 근처의 불법 주차 문제가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양천구에 따르면 7월 들어 일요일의 교회 밀집촌 불법 주정차 신고 민원은 하루 평균 30여 건으로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근처에 있는 종로구 내수동과 도렴동의 대형 교회들 부근도 마찬가지다. 일요일만 되면 평소보다 더 심각한 이중삼중의 불법 주차가 이뤄진다. 서울경찰청 바로 앞 도로에 주차한 인근 교회 교인은 “날이 너무 더워 부모님, 아이들 때문에 교회 가까운 데를 찾다 보니 이곳에 주차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교회들이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을 고려해 전철역과 교회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불법 주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일요일에 특정 지역과 교회를 오가는 80여 대의 대형 버스와 전철역과 교회를 10∼20분 간격으로 오가는 셔틀버스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요일마다 영등포구에 평균 20건씩 불법 주차 신고 민원이 접수된다.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을 총동원 하고 있지만 교인들에게 강제할 수단은 없어 어쩔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회가 자체 주차장을 확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교회가 학교의 주차장을 빌리거나 공휴일에 비는 상업 빌딩과 주차장 사용 협약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변수연 인턴기자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