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感이 괴로운 도시]<下>사회문제로 번지는 감각공해
소음, 악취 등 감각공해가 부각되면서 관행으로 어물쩍 넘어갔던 불쾌한 공해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 감각공해 기준치부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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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공해 문제가 부각되는 만큼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기준치부터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살인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의 경우 피해 인정 기준치가 현실적이지 않아 문제다. 층간소음은 주간 기준으로 1분간 평균 43dB(데시벨)을 넘거나 57dB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하면 규제의 대상이 되지만, 정부의 ‘층간소음 상담 매뉴얼’에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로 만들어내는 층간소음을 평균 40dB로 규정하고 있다. 즉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실제 소음 기준치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악취공해도 마찬가지다. 악취방지법상 악취세기가 2.5도를 넘어야 악취로 인정된다. 하지만 악취세기 2.5는 ‘주거지역에서 일부 사람들에게 악취 민원이 될 정도의 악취세기’로 규정돼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참기 어려운 악취일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냄새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조차 “감각공해는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달라 기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 ‘나도 감각공해 가해자’ 인식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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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분쟁 조정을 위해 배상 기준부터 현실화하자는 목소리도 커진다. 생활소음 기준인 65dB을 약 5dB 넘긴 환경에서 일주일간 생활한 점이 인정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이를 분쟁 조정하더라도 피해배상액이 약 7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 건설사 직원은 “공사장 소음처럼 가해자가 사업장일 경우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배상금을 주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감각공해 예방에 나서기 시작했다. 건설사, 가전제품 업체 등 기업에 층간소음을 최소화하는 건축자재 사용, 가정용품의 소음저감 기능 강화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사전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
또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개정해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빛공해를 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 냄새를 포집해 기계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주축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현장에서 바로 악취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악취방지법 개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이제는 악취 등 감각공해가 객관적으로 수치화되고 법으로도 공해라고 규정되는 만큼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감각공해 분쟁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시민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취재팀이 한국환경공단에 최근 접수된 층간소음 사례 52건을 분석해보니 그중 90% 이상이 △슬리퍼 신기 △매트 깔기 △야간에 청소기, 세탁기 돌리지 않기 △가족행사 등 소음 우려 시 미리 이웃에게 메시지 주기 등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만으로 갈등이 조율됐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사람마다, 그날 기분마다 느껴지는 감각공해가 달라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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