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경찰유공자회 김을노씨 국군-미군과 연합해 치열한 전투… 6만명 참전… 1만7000명 전사 생존자 年300명씩 세상 떠나는데… 증언록 ‘구국경찰사’ 1권 내고 중단
경남 산청경찰서 순경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김을노 씨가 자신의 전쟁 증언이 실린 ‘구국경찰사’를 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마포구 6·25참전경찰국가유공자회에서 만난 김을노 씨(88)는 6·25전쟁 당시 경남 산청경찰서 순경이었다. 그는 1950년 8월 31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산청경찰서 소속 경찰 80여 명과 미군 30명이 연합해 경남 함안군 송도나루 인근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웠다. 남강전투였다. 그는 바지를 걷어 전투에서 입은 왼쪽 다리의 화상 상처를 보여줬다. “북한군 병사가 수류탄을 던졌는데 기름통이 터졌어. 바지에 불이 붙었을 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
김을노 씨가 전공을 세워 받은 표창장.
김 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참전 경찰 생존자들을 보며 걱정이 태산이다. 6·25참전경찰국가유공자회에 등록된 인원은 1997년 설립 당시 7800명에서 올해 3월 31일 기준 5327명이 됐다. 매년 300여 명의 참전 경찰들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살아남은 참전 경찰의 평균 연령도 86세로 높다. 김 씨와 함께 구국경찰사 편찬에 참여했던 강찬기 씨는 올해 초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강 씨의 기억은 세상에 전해질 수 없었다.
김 씨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아쉬운 듯 말했다. “지난해 12월 전쟁 당시를 증언해 줘 고맙다며 20만 원을 받았어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제야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의미 있는 사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