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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9년 전 가습기 살균제 위험성 보고서 입수하고도 캐비닛에…”

입력 | 2016-07-26 19:10:00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흡입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19년 전 입수하고도 이를 캐비닛에 넣어둔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26일 나왔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 송기호 변호사는 1997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제조를 고용노동부(당시 노동부)에 신고하면서 이 물질을 흡입했을 때 위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에는 “(PHMG를 흡입했을 때) 환자를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기고 병적인 증세를 보이면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 “(PHMG에) 오염된 물을 폐수 처리 시설이 있는 위생시설로 보내거나 폐기해야 함” 등 이 물질의 흡입 위험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PHMG의 유해성을 공표하고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통보해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PHMG는 2001년부터 옥시 등 3개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해 102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물질이다. 당시 노동부가 절차에 따라 PHMG의 흡입 위험성을 환경부 등에 경고했다면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술 더 떠 고용부는 최근까지 PHMG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지난달 송기호 변호사가 자료를 요구했을 때 “SK케미칼이 애초에 제출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공개를 거부했다가 최근 다른 서류를 찾는 과정에서 해당 자료를 발견한 것.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행정적 오류로 인해 공표·통보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당시 보고서는 SK케미칼이 분말 형태의 PHMG를 다루는 취급 근로자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될 거라곤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